
책을 사랑하는 소녀, 소년을 만나다
지브리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은 책을 사랑하는 소녀 '시즈쿠'의 이야기입니다. 중학교 3학년인 시즈쿠는 여름방학인데도 책을 빌리러 학교 도서관에 아주 자주 방문합니다.
그런데 빌리는 책의 '도서카드'마다 '세이지'라는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매번 시즈쿠보다 먼저 이 많은 책을 빌려간 세이지라는 사람이 시즈쿠는 궁금해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즈쿠는 학교 벤치에 오늘 막 빌린 책과 외국곡의 가사를 일본어로 개사한 종이를 두고 가게 됩니다. 가는 길에 책과 가사 종이를 두고 왔다는 사실을 안 시즈쿠는 바로 벤치로 달려갑니다.
거기서 시즈쿠는 두고 온 책을 읽고 있는 남자아이를 보게 됩니다. 책을 되돌려 받은 시즈쿠가 떠나려는데, 그 남자아이는 시즈쿠가 개사한 노래로 빈정거리고 맙니다. 시즈쿠는 화를 내며 돌아섭니다.
그리고 며칠 후, 시즈쿠는 아버지의 도시락을 가져다주기 위해 지하철을 탑니다. 거기서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수상한 고양이를 만납니다.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는 무뚝뚝한 고양이.
시즈쿠가 지하철에서 내리자, 같은 역에서 그 수상한 고양이도 내리게 됩니다. 신기해진 시즈쿠는 고양이를 따라갑니다.
고양이를 따라 골목 구석구석, 가파른 언덕을 오른 끝에 오래된 골동품 가게 앞에 도착합니다. 고양이는 그 골동품 가게로 들어갑니다. 고양이를 따라 조심스럽게 들어간 그 곳에서 주인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손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 손자는 학교 벤치에서 만났던 그 재수없는 남학생! 시즈쿠는 그 남학생이 바로 도서카드의 '세이지'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렇게 책을 사랑하는 소녀 시즈쿠는, 도서카드의 이름 주인인 세이지를 만납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뭘까? 소녀, 꿈을 찾다.
시즈쿠는 책을 좋아합니다. 노래를 개사할 만큼 글 쓰는 것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중학생 시즈쿠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이 됩니다. 그 고민은 세이지를 만나고 난 후 더 깊어집니다.
세이지는 할아버지의 골동품 가게에서 바이올린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훌륭한 바이올린을 만드는 장인이 되는 것이 세이지의 꿈이었습니다. 세이지는 자신의 꿈에 대해 확고했고, 그런 세이지의 모습에 시즈쿠는 동경과 함께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세이지 역시 표현은 잘 하지 못하지만 시즈쿠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시즈쿠를 알고 있었습니다. 소녀와 소년은 그렇게 한여름 같이 푸르고 풋풋한 첫사랑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시즈쿠는 자신의 장래를 이미 확실하게 정하고 노력하는 세이지의 모습에 조급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시즈쿠는 아직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또 잘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이런 시즈쿠에게 세이지는 용기를 줍니다.
예전에 놀렸던 시즈쿠가 개사한 그 노래 가사가 사실은 좋았다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시즈쿠는 용기를 냅니다. 글을 제대로 써보기로 결심합니다. 그 사이 세이지는 바이올린 장인이 되기 위해 3주 동안 유학을 떠나기로 합니다. 세이지가 없는 3주 동안 시즈쿠는 멋진 소설을 한 편 완성하리라 다짐합니다.

할아버지의 골동품 가게에서 본 고양이 백작이 주인공인 <귀를 기울이면>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한 시즈쿠는 공부를 해야 하는 때인데도 계속해서 소설만 씁니다.
걱정이 된 부모님과 언니의 잔소리에 크게 반항하며 오직 소설을 쓰는 데에 집중합니다. 그렇게 완성한 소설을 가지고 골동품 가게로 간 시즈쿠는 할아버지에게 가장 먼저 소설을 보여줍니다.
할아버지는 소설을 모두 읽고, 시즈쿠에게 말합니다. 아직은 원석 같이 다듬어지지 않은 시즈쿠의 글이지만 아주 멋진 글이라고, 그리고 시즈쿠 넌 참 멋진 아이라고 말입니다.
세이지가 돌아오기 전 멋진 소설을 완성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조급함에 소설을 쓴 시즈쿠도 사실은 만족스럽지 않은 소설이라고 말합니다.
할아버지는 시즈쿠에게 말합니다.
"서두를 필요 없다. 천천히 다듬어 가렴."
3주가 지나고 돌아온 세이지와 만난 시즈쿠.
세이지는 시즈쿠에게 덜컥 청혼을 합니다. 아직 먼 미래일지 모르지만 꿈도, 사랑도 함께 키워가다 보면 이 두 사람의 행복한 그 날이 올 것 같은 여운을 주며 끝이 납니다.
누구나 미래에 대해 불안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몰라 답답했던 그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나 자신을 들여다 볼 용기를 조금씩 갖게 되면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귀를 기울이면>은 서툴렀지만 원석처럼 빛났던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소중한 애니메이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