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흑 같이 어둡기만 한 인생, 달빛 같은 아저씨가 생겼다
병에 걸린 할머니와 어렵게 살고 있는 지안. 빛을 모두 잃어버린 것처럼 어둡고 무표정한 얼굴에 금방이라도 부서져버릴 것처럼 위태롭게 버티는 작은 몸을 한 지안은 그저 하루하루 버텨내듯 살아갈 뿐입니다. 그마저도 본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픈 할머니를 지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 지안은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로 들어간 회사, 그곳에서 박동훈 부장을 만납니다.
지안이 보기에 동훈을 포함해 그 회사의 사람들은 모두 자기와는 다른 세상의 사람들로 보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지안은 괜한 적대심을 가지고 대합니다. 실제로도 회사 사람들은 지안을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거나 없는 사람 취급합니다.
그런데 박동훈만큼은 다릅니다. 지안은 그런 동훈조차 위선자 취급을 하며 거리를 둡니다.
그러다 좋지 않은 제안으로 동훈을 도청하게 되면서 지안은 점점 동훈과 동훈 주변의 사람들을 알게 되고, 가까워지게 되는데, 그러고나서부터 지안은 가끔은 웃을 줄도 알고, 또 가끔은 누군가 앞에서 펑펑 울 줄도 알게 됩니다.
동훈과 동훈의 형제들, 동훈의 친구들은 상처가 너무 많지만 아프지 않은 척, 독을 품고 살아가는 지안의 빨갛게 충혈된 눈에서 비로소 아픔을 토해내듯 눈물이 흘러내리도록 만들었습니다. 얼마나 억지로 참아냈는지 가늠도 할 수 없을 정도인 그 눈물을 말이죠.
지안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인간다운 정과 올바른 어른이 줄 수 있는 그 무엇을 이제야 느끼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동훈도 지안을 통해 그만큼 성장합니다.
동훈은 겉으로 충분히 어른이었지만, 어쩌면 어른이라는 이유로 감당해야 했던 삶의 무게에 자신의 감정조차 제대로 표현하고 살지 못하는 하루하루를 살아갔습니다.
대학 후배와 아내가 바람을 피는 사실을 알고도, 회사 직원들이 뒤에서 동훈을 험담한 걸 알고도 동훈은 바로 어떻게 하지 못했습니다. 기분대로 저지르기에는 그의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으니까요.
그런 동훈도 원초적일 만큼 감정을 그때 그때 표출하고 할 말은 다 하고마는 지안을 만나, 스며들듯 조금씩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졌습니다. 자신을 믿어주는 지안에게 용기를 얻기도 했을 겁니다.
지안은 동훈에게, 또 동훈은 지안에게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던 세상을 환히 비춰주는 달빛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진짜 어른'이 되었습니다.
삶이 힘겨울 때마다 꺼내 보고 싶은 인생 드라마
2018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종영한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all-time favorite drama)'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살다가 너무 우울해지거나 마음이 힘들 때 <나의 아저씨>를 다시 봅니다. 드라마의 내용도 분위기도 다소 어둡고 지칠 만큼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기도 하지만, 이렇게 한 번 울고 나면 오히려 감정이 정화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지안의 깊은 상처가 동훈과 친구들을 만나 점점 치유되는 그 과정을 보면서 나의 상처가 치유되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는 한마디로 이 세상의 상처 받은 많은 어른들에게 위로의 손길이 되어줍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생각하게 됩니다.
'나에게도 동훈과 친구들 같은 좋은 어른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최종화 마지막 장면은 오랫동안 저의 기억에서 깊은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몇 년 후,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우연히 만난 지안과 동훈. 지안은 동료들과 함께 커피를 나누어 마시며 웃을 줄도 아는 직장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동훈은 지안에게 악수를 청합니다. 지안은 동훈의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 동훈이 지안에게 묻습니다.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지안이 대답합니다.
"...네!"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빛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당신은 잘 해내고 있는 중이라고. 놓지만 않는다면 각자만의 편안함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