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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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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모든 걸 놓고 훌쩍 사라지고 싶을 때

한국에서 2018년에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는, 일본의 '이가라시 다이스케' 작가의 원작 만화와 일본에서 지난 2015년에 개봉한 영화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임순례' 감독의 한국 버전만을 5번 보았는데요. 마음이 복잡하거나 현실이 힘들 때마다 보았던 것 같습니다. 보기만 해도 마음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처음 영화관에서 <리틀 포레스트>를 보았던 2018년에도,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맡은 업무는 생각했던 것과 다르고, 회사 분위기도 너무 맞지 않아서 정말 힘들었던 때였습니다. 사는 게 참 내 마음 같지 않고 재미없기만 한 하루하루에 웃음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 영화가 마음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혜원'이가 팍팍한 서울에서 떠나 고향으로 간 그 마음이 너무나 이해됐습니다. 혜원이는 스스로 짐을 싸고 서울을 떠난 것이지만, 무엇 하나 답을 내려주지 않는 거지같은 도시에서 쫓겨나듯 간 것 같이 보였습니다.

혜원은 더 이상 여기서 혼자가 아닙니다. 고향에 남아있는 혜원의 친구들은 밤낮으로 혜원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상사에게 제대로 깨진 날 때려치고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는 '태하', 한 번도 고향을 벗어난 적 없지만 언젠가 고향을 탈출할 꿈을 꾸는 은행원 '은숙'.

이 세 친구의 모습에서 모두 제가 보였습니다.
나도 불과 몇 년 전에는 은숙처럼 서울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인생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에는 혜원처럼 세상이 나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우울함에 빠지기도 했었습니다.

취업을 하고 보니 내가 상상했던 인생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나'라는 사람이 사라져가고 있었습니다. 태하처럼 당장이라도 회사에 사직서를 던지고 싶었죠.

그래서 더 이 영화에 몰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내 얘기를 보는 것 같기도 하면서, 시골에서 자급자족해 식재료를 얻고, 그 재료들로 계절을 닮은 요리를 해 나누어 먹는 그 단순한 일상이 부럽기도 합니다.

<리틀 포레스트>는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과 함께 소담스럽고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영화의 큰 장치가 됩니다.
시골에서의 계절 변화를 담은 아름다운 영상미와 군침이 도는 다양한 음식을 보는 것도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힐링영화(Healing movie)'인 이유입니다.

싹이 나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그 모든 것.
타이밍이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세상은 모두 바쁘고 열심히 살기를 강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패배자 취급을 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힘이 들 땐 잠시 멈춰도 괜찮습니다. 나를 위한 '멈춤'은 나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 되기도 합니다.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나서 저는 가끔 '멈춤'이라는 선물을 스스로에게 줍니다.

엄마의 요리를 하는 혜원, 보고 싶단 뜻이었어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 곳의 흙 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


이렇게 모든 걸 놓아버리듯 간 곳이, 몇 년 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떠나버린 고향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했습니다.

혜원이 고향을 버리기 전, 혜원의 엄마가 먼저 혜원과 고향을 떠났습니다. 편지 한 장을 숨겨두고 말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면 분명히 자신을 두고 떠난 엄마 생각이 날 텐데도 혜원의 도피 장소는 고향 집이었던 겁니다.

역시나 혜원은 문득 문득 엄마가 떠오릅니다. 마치 엄마가 옆에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러면서 엄마가 예전에 해주었던 음식들을 해 먹습니다. 엄마와 경쟁이라도 하듯 요리하고, 맛있게 먹습니다.

혜원은 정말 엄마가 미웠던 걸까요?



혜원이 엄마의 요리들을 하나하나 해 먹는 그 자체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으로 느껴집니다.
엄마의 요리는, 엄마의 사랑이었다는 걸 아마 혜원도 알고 있을 겁니다. 애써 모른 척하고 싶겠지만 말입니다.

나만의 아주심기

'나는 왜 다른 사람들처럼 참지 못할까?'
'왜 나는 하고 싶은 게 없을까?'
'이렇게 그만 두는 게 맞는 걸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리틀 포레스트> 속 태하의 대사를 건네고 싶습니다.

아주심기
지금 혜원이는 아주심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일지 몰라.


*아주심기(planting): 작물이나 식물을 더 이상 옮겨 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 것.

크고 건강한 열매를 맺기 위해 우리는 지금 아주심기를 준비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지금은 아주심기 전 '한때 옮겨심기'(provisional temporary planting)의 시간이라고 여기며 살아간다면 어떨까요?

힘이 들 때 들를 나만의 작은 숲도 하나씩 둔다면 더 좋겠네요. 오늘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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