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의 2016년작인 <너의 이름은(your name)>은 국내에서 2017년 1월 첫 개봉된 후 그로부터 1년 후인 2018년 1월 재개봉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타임슬립(timeslip)'이라는 소재와 청소년인 남녀 주인공의 몸이 서로 바뀐다는 설정 자체는 다소 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흔한 소재를 가지고 흔치 않은 감동을 이끌어낸 건 이 영화가 굉장히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과 함께 신카이 마코토 감독만의 감성이 묻어나는 훌륭한 작화(영상미)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너의 이름은>이 왜 나의 인생영화(all-time favorite movie)가 되었는지, 이 작품이 전하고 있는 잊지 말아야 할 가치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낯선 네가 어느새 소중해지는 과정의 간질거림
<너의 이름은>은 카페 하나 없는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와 도쿄에 사는 '타키'의 몸이 바뀌며 시작됩니다.
미츠하의 집안은 대대로 무녀의 집안입니다. 할머니와 함께 주술의 의미가 깃든 실공예를 하고, 마을의 축제에는 신사에서 춤을 추기도 합니다. 그런 미츠하는 다시 태어나면 도쿄의 훈남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소원을 빌 만큼 이곳에서의 생활이 별로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소원을 들어주는 건 좀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남자가 되다니?
당황스러운 건 타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가슴에 없었던 게 만져지고 여자아이가 자신을 '언니(old sister)'라고 부르는데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바뀐 몸으로 서로의 삶을 살아줍니다. 물론 둘은 원래의 미츠하와 타키답지 않습니다.
타키의 몸이 된 미츠하는 평소 동경하던 선배와 데이트 약속을 잡습니다. 미츠하의 몸이 된 타키는 미츠하의 욕을 하는 같은 반 학생의 책상을 발로 차버리기도 하죠.
두 사람은 서로의 일상에 간섭을 하는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둘만의 룰(rule)을 정합니다.
몸이 바뀐 동안의 일을 휴대폰에 남기기로 한 것이죠. 그렇게 두 사람은 일주일에 서너 번 몸이 바뀌는 그 생활에 차츰 적응을 해갑니다.
그러다 타키는 좋아하던 선배와의 데이트를 하게 되는데, 어쩐지 데이트에 집중을 하지 못합니다. 데이트 하는 동안 자꾸만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죠. 바로 '미츠하'였습니다.
어느새 낯설었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겁니다.
서로의 몸이 바뀌는 말도 안 되는 경험을 하게 되지만, 점점 내 인생에 남은 그 아이의 흔적이 사랑스러워진다는 것.
당연히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지만, 현실적으로 조금 고쳐 생각해보면 우리도 그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지금껏 살면서 전혀 알지 못했던 한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어느새 그 사람은 내 인생의 일부가 되는 그 아름다운 경험 말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운명'이라고 믿고 싶어합니다.
어른이 될수록 우리는 '운명 같은 사랑은 없다.'며 점점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 갑니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의 미츠하와 타키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마음을 나눈다는 그 자체가 어쩌면 '운명'이 아닐까 다시금 잊고 있던 순수한 인연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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