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슬프게 본 로맨스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이프온리(If only)>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2004년 가을 개봉한 이 영화는 찬바람 불어 왠지 쓸쓸하고 슬퍼지는 가을을 닮은 영화입니다.
로맨스와 판타지를 결합한 형식으로, 제목처럼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와 소망이 담긴 작품입니다.
이미 제목부터 슬픈 결말을 암시하는 듯해서 보기 전부터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왜 이 영화가 열광하고, 아직까지도 가장 가슴 시린 작품으로 기억하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은 후 남는 것은?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와 '이안(폴 니콜스)'은 오늘도 서로의 곁에서 눈을 뜹니다.
'사만다'가 '이안'의 부모님을 뵙고 싶다고 해도, 애정 표현을 해도 '이안'은 그저 출근 준비로 바쁠 뿐입니다. 오늘은 '이안'에게 중요한 날입니다.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발표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만다'에게도 중요한 날이라는 걸 '이안'은 잊었나 봅니다. 오늘은 '사만다'의 졸업 콘서트가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졸업 콘서트를 잊은 '이안'에게 서운해하는데, 그 와중에 지나가던 오토바이 때문에 옷에 커피마저 쏟아지고 맙니다. 그런 사만다를 보고도 출근을 서두르는 이안...
여기까지 보는데도 확 몰입이 되었습니다. '사만다'의 그 서운함과 원망스러운 마음이 너무나 제대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도 오늘은 '이안'에게 중요한 날이니 얼마나 속으로 꾹 눌렀을까요?
그렇게 출근하는 도중, 이안의 손목시계가 깨지고 맙니다. 뭔가 불길한 복선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사만다와 이안이 탄 사랑의 시소(seesaw)가 이미 어느쪽으로 기울었는지 그 후 몇 장면에서 더 보여주는데요. 오늘 반나절 동안 사만다에게 계속해서 상처를 준 이안. 사만다의 졸업 콘서트로 향하는 택시에서 어쩌다 택시 기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 이안은, 택시기사에게 이런 말을 듣습니다.
그녀를 잃는다면 감당할 수 있겠소?
그럼 답이 나왔군.
계산 없이 사랑하시오.
이미 이 대사에서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모두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이안은 이 말을 어떻게 들었을까요?
졸업 콘서트가 끝난 후에도 달라진 건 없습니다. 이안은 사만다에게 불만을 털어놓을 뿐이고, 사만다는 항상 자신보다 일이 우선인 이안에게 서운해하며 눈물을 보입니다. 사만다는 뛰쳐나가 그대로 택시를 잡아타는데, 그 택시는 이안이 탔던 택시와 같은 것이었죠. 택시기사가 이안에게 함께 탈 거냐고 묻지만, 망설이던 이안은 결국 사만다를 혼자 보내고 맙니다. 그런데 사만다가 탄 택시는 사고를 당하고, 사만다는 목숨을 잃습니다.

소중한 사람이 떠나면 우리는 간절히 소원합니다. "제발, 제발 다시 돌아오게 해주세요."
또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하죠. "다시 돌아온다면 후회없이 내 마음을 전할 텐데... 그런 모진 말은 하지 않을 텐데..."
이안의 간절함이 통한 걸까요?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이안은 옆에서 자고 있는 사만다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맙니다.
죽었던 연인이 살아서 다시 내 옆에 누워있다면, 여러분은 어떠실 것 같나요?
연인의 죽음을 막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겠죠. 그리고 또 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우리는 왜 항상 최악의 상황이 닥치고 나서야 후회할까요?
특히 '사랑'에 '다음'이란 없는데도, 내 옆에 있는 그 사람에게는 뭐든지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너무도 쉽습니다.
'다음에 같이 가자.', '다음에 이야기 해.', '다음에 해줄게.'
그런데 우리는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그 '다음'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나 때문에 상처 받은 나의 연인은 그 기약없는 '다음'을 기다리다 지쳐 조용히 이별을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이프온리(If only)>처럼 극단적인 상황으로 '다음'이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고요.
너무나 흔해빠진 말이지만,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라는 말만큼 완벽하게 맞는 말도 없습니다.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등 나의 곁에서 언제나 나를 응원하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기다리게 만들지 말자고 오늘도 다짐합니다. 내 마음을 자꾸만 뒤로 미루다가는 소중한 이들을 영영 잃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지만 늦었다고 해서 그대로 포기해버리는 것은 더 어리석은 일입니다.
깨달았다면, 그대로 표현하세요. 당신의 진실한 고백을 그 사람은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르니까요.
영원히 가슴에 남은 명대사들
영화 <if only>는 가슴을 울리는 명대사들이 많습니다.
다양한 사랑의 형태가 존재하는 요즘이지만, 그래서 너무 뻔하고 진부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랑의 본질,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 있어서 잊지 말아야 할 몇 가지는 변치 않는 가치입니다.
<이프온리>의 명대사로, 사랑의 본질을 다시금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둘 중 한 사람이 더 사랑하게 된다지만,
제발 그게 내가 아니기를...
'사만다'
당연한 걸 왜 물어?
정답은 하나인데...
당연히 자기와 같이 있는 거지!
'사만다'
'오늘이 마지막 하루면 뭘 할 거냐'고 묻는 이안에게...
과거야 아무렴 어때.
중요한 건 이 순간인데.
'이안'
오늘 네가 아니었다면 난 영영 사랑을 몰랐을 거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또 사랑 받는 법도...
'이안'
'꺼내 먹는 인생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멜로가 체질 : 30살 돼도 안 괜찮아 (0) | 2021.07.29 |
|---|---|
| 레터스 투 줄리엣 : 용기는 때로 기적을 만든다 (0) | 2021.07.28 |
| 레옹 :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누아르(NOIR) (0) | 2021.07.28 |
| 클루리스 : 하이틴 영화의 정석 (0) | 2021.07.27 |
| 너의 이름은 : 만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 (0) | 2021.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