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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내 먹는 인생영화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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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공개된 일본 애니메이션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Words Bubble Up Like Soda Pop)>를 보았습니다.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해서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사이다처럼 청량하고 달콤한 첫사랑의 설렘과 황혼의 아름다운 기억을 통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특히나 제가 좋아하는 여름을 계절적인 배경으로 했는데, 역시 일본의 애니메이션 속 여름은 초록이 깊어지는 것처럼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를 더 싱그럽게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은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를 보고 더 확실해졌습니다.

 

여름을 담은 아름다운 작화와 깊은 감동을 주는 내용까지, 안 봤으면 후회할 뻔했던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가 좋았던 몇 가지 포인트를 소개할게요.

 


있는 그대로의 네가 좋아

일본의 단시인 '하이쿠'를 좋아하는 소년 '체리'는 말수가 적고 시끄러운 걸 싫어해서 항상 헤드폰을 쓰고 다닙니다.

(*하이쿠: 일본의 단시. 특정한 달이나 계절의 자연에 대한 시인의 인상을 묘사한 서정시)

발랄하고 귀여운 소녀 '스마일'은 SNS 아이돌인데요. 자신의 토끼같은 치아가 어느 날부터 콤플렉스가 되어 치아 교정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치아 교정기를 한 자신의 모습도 싫어서 한여름에 마스크를 끼고 다닙니다.

 

 

이들은 아주 우연히 한 쇼핑센터에서 사고처럼 만나게 됩니다. 

둘은 서로 부딪혀 넘어지면서 '체리'의 헤드폰, '스마일'의 마스크가 벗겨지게 됩니다. 감추고 싶던 토끼치아를 들킨 '스마일'은 황급히 도망갑니다.

 

그렇게 첫만남부터 서로의 감추고 싶던, 피하고 싶던 상황을 마주해버린 두 사람.

어떻게 보면 좋지 않은 첫만남이었지만, 서로의 스마트폰 바뀌면서 스마트폰을 되바꾸기 위해 또 한 번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 알게 됩니다.

 

둘은 그 이후로 서로의 취미를 응원하며 조금씩 사랑을 키웁니다.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건 끔찍하게 싫어하는 '체리'가 유일하게 표현을 하는 창구인 SNS에 올리는 하이쿠. 그러나 보는 사람은 친구와 가족뿐이었죠. 어느 날 엄마가 아닌 누군가 '좋아요'를 눌렀는데, 바로 '스마일'이었습니다.

부끄럽고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체리'도 보답처럼 '스마일'의 라이브 방송에 '좋아요'를 누르죠.

 

이때부터 몽글몽글 풋풋한 첫사랑의 향기가 나기 시작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스마트폰이 매개체가 되어 사랑이 오고간다는 연출이 괜히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체리'와 '스마일'은 모두 감추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가진 아이들이었습니다. 

자신감 있는 소통이 힘들었던 '체리'는 '헤드폰'을 쓰고 다니며 먼저 소통을 차단해버렸습니다. '말 걸지 마시오.' 라고 표시라도 해놓듯 말입니다.

'체리'는 토끼같은 치아를 감추고만 싶었죠. 다른 사람들이 '너의 매력'이라고 이야기해줘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누구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마스크'로 꽁꽁 숨기기에 바빴습니다.

 

하지만 '체리'와 '스마일'은 결국 서로의 감추고 싶던 점까지 그 사람의 사랑스러운 일부로 여기며,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사랑하게 됩니다. 나아가서 순수하고 솔직한 사랑은, 이 콤플렉스를 멋지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용기를 주기도 했습니다.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힘들었던 '체리'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인 불꽃축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스마일'에게 큰 목소리로 고백을 합니다.

 

"산벚나무야, 네가 숨기고 있는 그 잎이 좋다. 산벚나무야, 귀여운 네 입이 나는 참 좋다!"

(*산벚나무는 '계어'로 토끼치아의 여성을 뜻함.)

 

고백을 들은 '스마일'은 '체리' 앞에 서서 입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를 벗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토끼치아를 보이며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감성, 옛것과 요즘 것이 공존하는 이야기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는 '체리'와 '스마일'이 스마트폰을 통해 사랑을 키운 것처럼, 요즘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와 함께, 영화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후지야마' 할아버지의 레코드판과 관련된 사연으로 아날로그 감성, 옛사랑의 아련한 추억이 조화롭게 공존합니다.

 

후지야마 할아버지는 매일 빈 레코드 껍데기를 안고 다니며 '산벚나무'를 찾습니다.

후지야마 할아버지가 찾는 것이 오래 전 죽은 할아버지의 아내가 남긴 레코드라는 사실을 안 '체리'와 '스마일'은 잃어버린 할아버지 아내의 레코드를 찾아주기로 합니다.

 

'체리'와 '스마일' 그리고 친구들은 후지야마 할아버지의 오래된 레코드 가게를 며칠 동안 함께 정리하며 '산벚나무' 레코드를 찾습니다. 잃어버린 옛사랑의 추억이 담긴 '레코드'를, '스마트폰'이 익숙한 아이들이 찾아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할아버지의 아내 목소리가 담긴 '산벚나무' 앨범을 찾았고, 불꽃축제 때 문화센터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그 노래에 맞춰 공연을 합니다. 아내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눈물을 흘리는 후지야마 할아버지의 모습은 정말 깊은 감동을 줍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모든 것이 희미해져가도 소중한 사람의 기억만큼은 여전히 또렷한 것이겠지요.

 

아름답게 물든 황혼의 이야기와 사이다처럼 톡톡 터지는 청춘의 이야기, <사이다처럼 말이 톡톡 솟아올라>.

여름이 가기 전에 꼭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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