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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내 먹는 인생영화

중경삼림 : 만 년의 유통기한을 가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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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홍콩의 대표적인 감독인 '왕가위'의 1994년 작품인 <중경삼림(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은 한창 홍콩영화의 인기가 뜨거웠던 199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이자, 국내에서도 왕가위 감독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중경삼림>은 왕가위 감독만의 독보적인 감성의 결정체와도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7년 전 작품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로도 감성적인 영상미와 패션, 사랑에 대한 통찰력 있는 명대사들까지 완벽한 영화입니다.

 

영원히 기억될 명대사로 <중경삼림>의 감성에 함께 젖어보겠습니다.

 

 


 

사랑에 대한 통찰력 있는 명대사

로맨틱하고 감성적인 명대사의 향연이라고 느껴질 만큼, 주인공들이 이야기하는 사랑에 대한 말들은 마음에 깊은 여운을 줍니다. 

 

 

01.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만우절에 애인에게 이별통보를 받은 경찰 223(금성무)는 그녀가 만우절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믿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유통기한이 한달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삽니다. 여자친구가 가장 좋아했던 파인애플 통조림을 매일 하나씩 사서 30개가 되도록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별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유통기한이 한달인 파인애플 통조림은 경찰 223과 그의 여자친구가 했던 사랑의 기한을, 30개의 파인애플 통조림은 가장 좋아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찾지 않아 버림받은 223을 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렇게 그는 실연의 아픔을 안고 찾은 술집에서 가장 처음 들어오는 여자를 사랑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때 금발머리의 마약 밀매상 여자(임청하)가 들어옵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뜻밖의 사람에게 생일을 축하받게 되고, 이때 경찰 223의 "만약 기억이 통조림이라면 영원히 유통기한이 없었으면 좋겠다. 유통기한을 꼭 적어야 한다면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라는 독백이 나옵니다.

 

 

02.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

경찰 663은 쪽지를 남기고 떠난 여자친구의 흔적이 가득 남은 방안을 보며 이야기합니다.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 난 그 물건들을 위로한 후 잠이 든다."

 

그녀와의 추억이 묻어있는 방안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위로하는 것은, 그녀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친 그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어떤 의식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담담하지만 우수에 젖은 '양조위'의 눈빛과 표정연기는, 슬픔을 터뜨리지 않고 묵묵히 삼키는 '경찰 663' 그 자체입니다.

 

젖은 수건, 인형, 비누 등 물건들과 이야기를 하는 경찰 663의 모습은 성숙한 어른의 이별로 보이기도 합니다.

 

 

03. "어디로 가고 싶어요?", "아무 곳이나.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페이'는 자신이 일하는 가게의 단골손님인 경찰 663을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경찰 663의 집 열쇠를 손에 넣게 된 페이는 몰래 그의 집에 들어가 청소를 해주기 시작합니다. 

 

경찰 663의 헤어진 연인의 물건으로 가득한 집에 새로운 인연인 '페이'가 들어가게 되는 것은, 경찰 663에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듯했으며, 그 집을 청소하는 페이의 모습에서도, 옛사랑을 정리하는 새로운 사랑의 모습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점원과 손님에서 조금 달라지게 됩니다. 금방 사랑이 이루어질 줄 알았지만, 두 사람은 1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됩니다. 1년 전 페이가 경찰 663에게 남긴 편지가 비에 젖으면서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되는데,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그에 대한 대화를 나눕니다.

 

페이가 "어디로 가고 싶어요?" 라고 묻자, 경찰 663은 대답합니다. "아무 곳이나.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것 같은 설렘을 주는 대사로, 결국 이루어진 페이의 사랑에 관객으로서 기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별에 상처 받은 두 남자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그려낸 명작 <중경삼림> 속 명대사는, 경찰 223의 대사처럼 "만 년의 유통기한"과도 같이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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